• 최종편집 2020-10-25(일)

北 신형 전략무기 공개에 文 '종전선언' 카드 다시 시험대

김정은 "정당 방위 수단으로 전쟁 억제력 계속 강화"/ 임기 후반 '종전선언' 꺼낸 文 평화 구상 험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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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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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 우선시해 실망"…靑은 北 유화 메시지에 주목
신형 ICBM 공개에 큰 의미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도
코로나·美 대선·공무원 사망 등 남북 관계 난제 산적
통신선 복구, 공동조사 요청 등 통해 대화 복원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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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차후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둔 듯 직접적인 대남, 대미 메시지를 자제하며 수위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열병식 말미에는 길이와 직경을 늘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북극성-4A형 등 전략 무기들을 선보이면서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맞서 기존에 천명했던 '자력갱생-정면돌파'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한반도 긴장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으로 분석된다.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임기 후반부 남북관계를 최우선 복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상 역시 평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ICBM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조야에서는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지칭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 대선 등 여전히 남북 관계에서 변수가 많은 상황 속에서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 향배에 시선이 쏠린다.

◇김정은, 메시지 수위 조절 속 '자력갱생-정면돌파' 기조 재확인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대외 메시지는 자제하는 대신 대내적으로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적대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이 써왔던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에서 이번 연설에서는 '핵'이라는 단어가 빠져 북한이 전략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선 이후 이어질 대화 국면을 염두에 두고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자위적 억제력 강화 의지를 내비치고, 열병식에서 신형 전략 무기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상황에 따라 한반도 긴장감이 언제든지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신형 ICBM이 공개되면서 안 그래도 북한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이는 미국 조야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열병식이 공개된 후 미국 정부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한 관리는 북한이 신형 전략무기들을 대거 공개한 것에 "북한이 금지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고 있어 실망했다"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북한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 김정은 유화적 메시지에 靑 '촉각'

 
김 위원장은 우리 측을 향해선 유화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위원장은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운을 뗀 뒤,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수사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청와대는 내부 결속을 공고히 다지는 자리에서 우리 측에 대화 여지를 열어놓는 메시지를 낸 점은 주목해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대목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호응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북한이 선제적 도발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부각시킨 점도 의미 있게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며 자위적 방어권을 위한 억제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북한의 열병식이 우리가 매년 10월 1일이면 각종 무기들을 선보이는 '국군의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무기체계의 경우 북한도 나름의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공개한 것이었고, 예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의 신형 ICBM 공개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NSC 상임위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에 공개된 새로운 무기체계들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에 대해 계속 분석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 역시 자위적 방어권에 초점을 맞춘 대목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며, '9·19 군사합의'의 완전한 이행 등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에 호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평화 물꼬 트고 싶지만…코로나·美 대선 변수 가득
 
평화의 물꼬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재가동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도 험로 속에 놓였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들고 있지 않은 데다, 미국 대선까지 앞두면서 그야말로 안갯속에 빠진 형국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섣불리 한발 앞서 나가기엔 조심스러움이 감지된다. 특히 최근 발생한 북한 군에 의한 자국민 사망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국내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NSC 상임위가 열병식 관련 내용을 분석하는 회의를 연 와중에도 "서해상 우리 국민 사망사건이 조기에 규명될 수 있도록 우리측 제안에 북측이 전향적으로 호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밝힌 대목 역시 국내 여론을 의식한 대목으로 분석된다.

우리 측의 공동조사 요구에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황인 데다, 문 대통령의 최근 평화 메시지도 야권과 보수진영 등에서 건건이 문제를 제기해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고 우리 측이 즉각적으로 호응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자국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 통신선 복구와 공동조사를 지속적으로 요청함으로써 남북 대화 복원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통일부는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루어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부터 상호 협력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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