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8-09(월)

北 반발하고, 전작권도 걸려있고…한미연합훈련 '진퇴양난'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전작권 전환 중첩/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하기도 안하기도 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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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7.0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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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연합훈련하되 로키로 하는 게 현실적"
문성묵 "연합훈련은 거르지 않는 게 정답이다"
박원곤 "미국, 전작권 전환 안 하는 쪽 기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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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놓고 트릴레마(trilemma)에 빠졌다. 트릴레마란 3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뜻한다.

북한과 미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오래된 딜레마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라는 만만찮은 사안이 추가되면서 우리 정부가 한미훈련을 놓고 골머리를 앓게 됐다.

한미훈련은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북미 대화 유도 등을 이유로 대부분 연기되거나 축소됐다.

한미 군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말 전반기 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지난 4월20일부터 24일까지 양국 공군 차원 연합 훈련이 실시되긴 했지만 이 역시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축소한 것이었다.

8월 하반기 연합훈련도 여의치 않다. 훈련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의무 격리 등 양국 보건당국의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훈련은 지난해부터 차질을 빚어왔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취지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키리졸브(KR·지휘소 연습), 독수리 훈련(FE·기동훈련) 등 기존 대규모 훈련을 없애거나 훈련 규모를 축소해왔다. 이 때문에 한미 군 당국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훈련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도 얽혀있다. 한미훈련을 통해 우리 군이 전작권을 환수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게 된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3단계 한미 연합검증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1단계는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검증평가, 2단계는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al Capability) 검증평가, 3단계는 완전임무수행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검증평가다.

지난해 기본운용능력 평가가 끝났고 올해 완전운용능력 평가를 해야 할 상황인데 한미훈련이 늦춰지면서 2단계 평가가 차질을 빚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미국으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국정과제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군으로서는 한미훈련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미 동맹 공고화, 그리고 전작권 전환이라는 3가지 목표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트릴레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다보면 나머지 목표 달성이 저해되는 상황이 예견되는 탓에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다.

우리 정부가 한미 군사대비태세를 가다듬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한미훈련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면 북한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남북관계 악화 국면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를 겨냥해 '대미 굴종'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 문제를 거론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훈련을 재개한다면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상의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예상키 어렵다.

반대로 북한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한미훈련을 또다시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이번에는 미국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전작권 전환 작업 지연 역시 불가피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한미훈련 연기와 축소에 반감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토마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담당 차관대행은 30일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지금이 전면적인 미-한 군사훈련을 재개하기에 적기"라며 "연합훈련은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현시점에서 북한에 귀중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의 눈치만 보느라 전작권 전환 작업이 소홀해지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가 무산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작권 전환에 동의했던 미국은 최근 들어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은 우리나라를 중국과 맞붙는 최전선 기지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경제적 관계를 이유로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 전작권을 통해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선 서두르지 않았다간 전작권 전환 기회를 잃어버리고 국정과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북한과 미국, 전작권 전환 중 어느 목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과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전작권 전환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뉴시스에 "전작권 전환을 위해 연합훈련을 지속하되 로키(Low-key)로 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핵심 훈련은 하되 기간을 단축하고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하고 병력도 줄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혜로운 해법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나 북한 핵문제와 무관하게 한미 연합방위체제 하에서 연합 훈련은 거르지 않는 게 정답"이라며 "핵문제 해결 전에는 핵우산이 있어야 한다. 북미협상을 촉진하기 위해 연합 연습을 건드린 것은 우리의 중요한 실수"라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이미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우리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미국의 기류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뀌었다. 그전에는 (전작권을 한국에 주겠다는) 백악관의 의지가 확고했다. 트럼프가 (한반도 유사시) 전작권을 미국이 갖는 게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속에 한국이 중국으로 경도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으니 차라리 미국이 전작권을 갖는 게 유리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중국을 견제할 국가는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을 포기할 수 없고 그런 면에서 전작권 전환에 관한 목소리가 바뀐 것"이라며 "한국 국방부에서도 미군이 사실상 충족하지 못한 수준의 (전작권 전환) 조건을 내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의 전략적 셈법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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