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7-13(화)

6·25 앞두고 고조되는 삐라 전운…北, 언제·어떻게 실행할까

北 "삐라 살포 계획 변경 안 해"…사진까지 공개/ 탈북단체 움직임, 정부 대응 보며 시기 정할 듯/ 중앙군사위 비준 남아…김정은 등장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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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6.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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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남 삐라(전단) 살포 중단 촉구에도 강행 의지를 밝힌 가운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실행에 옮길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는 지난 21일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대남 삐라 살포와 관련, "이미 다 깨져나간 북남관계를 놓고 우리의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지난 20일 북한이 대규모 대남 비방 전단 살포 계획을 밝힌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중단을 촉구하자 하루 만에 이를 거부하고 기존 방침대로 삐라 살포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통일전선부는 대남 전단 살포는 남북 합의 위반이라는 통일부 지적을 "광언패설"이라고 일축하며 "이제는 휴지장에 버린 합의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더이상 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삐라 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속되거나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삼 분명히 밝힌다"고 거듭 전했다.

통일전선부가 담화에서 공언한대로 북한의 대남 삐라 살포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남측에 뿌릴 전단 사진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 북남합의서까지"라는 비방성 문구를 넣은 전단을 대량으로 인쇄해 삐라 살포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북한이 대남전단 제작하는 모습. 2020.06.20.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내부적으로 대남 전단 살포 관련 선전·선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만큼 보여주기용으로라도 실행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 시기나 추진 방식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이후 쉴 새 없이 대남 담화를 발표하는 한편, 남북 통신망 완전 차단,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조치 등 강경 행보를 미리 정해진 각본처럼 밀고 나갔다.

북한이 이런 속전속결 행태를 잠시 멈춘 것은 청와대가 지난 17일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특사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6·15 메시지를 맹비난한 데 대해 강력 대응한 이후다.

북한 당국의 담화나 공식입장 발표가 없는 숨 고르기 기간이 사흘가량 이어지면서 북한이 남측의 반응을 보면서 추가적인 대남 행동의 시점과 방식을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최근 북한의 행보는 남측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쪽에 가깝다"며 "남측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강행 여부와 우리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을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한다고 했고 상당히 빠르게 움직인 편인데, 북한이 거기에 대해서 대남 전단으로 응수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북한의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정부의 대응 노력을 무시하고 전단 살포를 강행하면 북측의 남북관계 악화 책임이 커지고 국내 대북 여론 악화도 불가피해진다. 북한이 이런 상황 전개를 고려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련의 대남 공세 국면에서 뒤로 빠져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등장 여부도 주목된다. 대남 전단 살포 계획의 최종 결정을 내릴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7일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군사적으로 철저히 보장하며 빈틈없는 안전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관련 계획을 당중앙군사위 비준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지난 21일 청년, 학생들이 대남 전단 살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북남 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당중앙군사위 절차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홍 실장은 "북한이 당중앙군사위 회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전단 살포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이 직접 대남 전단 살포를 결정했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대남 언급은 자제한 채 경제문제만 다룬 바 있다. 남측과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를 직접 열어 대남 전단 살포를 승인하고 실행에 옮기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 이는 최고 수위의 대남 강경 메시지로 한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한편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오는 25일 즈음에 예정대로 대북전단 살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쌀 페트병 보내기를 예고했던 단체 큰샘은 접경지역 국민 불안을 감안해 행사를 취소했다.

6·25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남북의 '삐라 전쟁' 기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는 추가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경찰은 24시간 경계 태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기도는 전단 살포자 출입 금지 행정명령 등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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