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05-31(일)

GP 총격에 침묵하고 서해 훈련에 발끈…北의 수상한 반응

6일 서북도 합동방어훈련에 "군사 합의 역행" 비난/ GP 총격에 무반응, 오히려 훈련 문제삼아 南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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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05.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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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색국면 이어질 듯…철도·보건 협력 호응 없어
이례적 노동신문 게재…자위력 강화 명분 쌓기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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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중부전선 GP(감시초소) 총격 사건에 침묵하는 가운데 우리 군의 서북도 합동방어훈련을 놓고 '9·19 남북 군사합의 역행'이라며 비난한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8일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발표한 인민무력성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 6일 우리 공군과 해군이 실시한 서북도 합동방어훈련을 맹비난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서북도서 기습 도발에 대비해 군의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훈련에는 F-15K, KF-16, F-4E, FA-50 전투기 20여대와 해군 2함대 소속 고속정 등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이번 합동방어훈련에 대해 "군사적 대결의 극치", "변명할 수 없는 고의적 대결 추구",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고 노골적인 배신 행위"라는 표현을 쓰며 남측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또 "더욱 엄중한 것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고 군사연습을 벌린 사실이다", "모든 것이 2018년 북남수뇌회담(남북정상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대결 국면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이 지난 1일 중부전선 우리 군 GP 총격 사건에 대해 '무반응'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나와 주목된다. 합동참모본부는 북측의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전통문을 보내 설명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상태다.
 
북한은 오히려 남측의 훈련을 문제삼으며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GP 총격 사건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우리측 입장에 즉답하지 않으면서, 역으로 남측도 군사합의 정신을 지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이번 연습은 우리의 '이상 징후'와 '도발'을 가정해 놓은 상태에서 공공연히 자행됐다"고 밝혔는데, GP 총격 사건이나 김정은 건강이상설로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조성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아마 김정은 위원장 신변이상설이나 GP 총격이 없었다고 해도 우리 훈련에 대해 반응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반응을 보면 통상적인 수준이나 내용보다는 인민무력성 대변인이 비난 주체로 (수위가) 다소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숨은 의도를 해석해 보면 마치 단순 오발에 의한 GP 총격에 남측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북측은 남측이 북을 적으로 상정해 의도성과 목적성을 가지고 실시한 서북도서 훈련을 남북합의를 통해 문제를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니 GP 총격에 대해서 조용히 하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짚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진행돼 군사합의상 규정된 적대행위 중단구역(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수역)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훈련은 매년 실시하지만 매번 공개하지는 않았다"며 "군은 9·19 군사합의를 준수한 상태에서 이번 훈련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하고 서해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조성할 것을 명문화한 군사 합의 취지를 거스르는 행위라는 점을 지적했을 수 있다. 북한이 담화에서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점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북한은 지난해 한미연합훈련, F-35A 등 첨단무기 도입 과정을 두고 군사합의를 파기한 것은 남측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번 담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기존 대남 기조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은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우리 정부가 재차 띄운 남북 철도·보건 협력 등 제안에도 호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번 대남 비난 담화를 이례적으로 일반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한 점도 눈길을 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5월 모내기 전투 중에도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차원이 있다"고 해석했다.

남북 군사합의 훼손 책임을 남측에 돌림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위원회에서 예고한 자위적 국방력 강화,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명분 축적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담화에서 "적은 역시 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면서 "적이 우리를 치자고 공공연히 떠들며 열을 올리는데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겠는가"라고 언급한 부분이 이런 시각을 뒷받침 할 수 있다.

이번 담화를 GP 총격 사건과 연관지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교수는 "북한이 GP 관련 우발적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대응한 사례가 없다"며 "특히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는 우발적 사건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국면에 서해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가 일어나면 북중 무역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남측에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방역 차원에서 제한했던 북중 무역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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