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0-10-22(목)

역대 가장 논쟁적 한미안보협의회의…공동성명 곳곳 파열음

전작권 전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이견 첨예/ 의견 충돌 끝에 약속했던 공동 기자회견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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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1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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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방부 수장들이 만나는 연례 회의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논쟁적인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공동성명이 도출되긴 했지만 성명 곳곳에서 전시작전통제권과 방위비 분담금 등 쟁점에 관한 한미 군 당국 간 시각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4일 오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양측 간 가장 이견이 컸던 부분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측이 이에 회의적이다. 이 분위기는 공동성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공동성명 11항에는 '양 장관은 전시 작전권이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문장이 담겼다. 이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이 어렵다는 미측의 입장이 반영된 표현이다. 우리측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필요시 조건 수정까지 거론했지만 이는 공동성명에 반영되지 않았다.

미측이 우리 군의 무기체계와 대북 대응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공동성명 12항을 보면 '에스퍼 장관은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내용이 있다. 또 '양 장관은 한측 능력의 발전에 연계해 보완 및 지속능력을 최적화하는 공동연구를 지속하기로 했다'는 문장이 있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보완 능력이란 전작권 전환 후에도 한국군이 갖추지 못한 군사역량 중 미군이 제공하는 부분을 가리킨다. 결국 이 대목은 한국의 미국산 무기체계 구입 계획에 대한 미측의 질문에 가까워 보인다.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우리 정부에 미측이 '그럼 어떤 무기를 사서 역량을 갖출 것이냐'며 대책을 물었다는 의미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전작권을 전환해도 한국군이 미국 수준의 능력을 못 갖추니 보완능력을 제공하도록 한국과 합의한 게 있다"며 "미국이 보완능력 제공을 공약하긴 했지만 언제 어떻게 제공할지는 한국의 무기 획득 계획을 알아야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미 간 갈등의 원인이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미측은 우리측에 분담금 인상 압박을 이어갔다.

 
공동성명은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협정 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주목했다"며 이날 회의에서 재차 표출된 미측의 의지를 소개했다.

9·19군사합의에 관한 한미 간 시각차 역시 드러났다. 공동성명 4항에 9·19군사합의 효과가 다수 나열됐지만 이는 모두 서 장관이 발언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 부분에서 별도 의견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9·19군사합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비쳤다.

유엔군사령부의 지위에 관한 한미 간 입장차도 있었다. 공동성명 5항을 보면 에스퍼 장관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들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유엔사가 한반도에서의 정전협정을 이행하고 신뢰구축 조치를 실행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도 유엔사 기능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긴 하지만 그 결은 확실히 다르다.

지난해 11월 제51차 회의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공동성명 7항에는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장이 있었지만 올해는 미군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방침을 반영해 이 문장이 빠졌다. 병력 유지 문장이 제외된 것은 주한미군 감축을 우려하는 우리측에게는 불만 요소일 수 있다.

이처럼 문서화된 공동성명에서도 이견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만큼 실제 회의석상에서는 더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양 장관은 이날 회의 이후 열기로 했던 공동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미측의 회견 취소 요청을 우리측이 받아들인 것이다. 기자회견 취소는 이날 회의가 그만큼 논쟁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이전 공동성명에서는 화자로 '양 장관'이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에스퍼 장관과 서 장관이 따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공통 의견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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